판형과 판면

책을 기획하거나 디자인할 때 가장 뼈대가 되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은 바로 ‘판형’과 ‘판면’이다. 이 두 가지는 책의 첫인상과 독자가 글을 읽을 때 느끼는 편안함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각각의 개념을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판형 (Trim Size / Format)

판형은 쉽게 말해 책의 물리적인 전체 크기(가로 × 세로)를 의미한다. 서점에 가면 소설책, 잡지, 전공서의 크기가 제각각 다른데, 이것이 바로 책의 판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판형은 책의 장르, 목적, 휴대성을 고려해 결정한다. 책을 펼치기 전 독자가 시각과 촉각으로 느끼는 ‘첫인상’을 담당한다.

이론상 판형은 자유로울 수 있으나 실상에서는 제지회사에서 출시되는 전지 크기에 따라서 결정된다. 도서 제작에 사용되는 전지는 46전지와 국전지 두 가지가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출판에서는 46전지 계열 판형과 국전지 계열 판형이 결정된다.

이를 무시하고 판형을 결정하면 재단되어 버려지는 종이의 손실이 많아진다. 물론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많은 출판 권수를 많다면 제지회사에 특별 사이즈 제작을 부탁할 수도 있지만, 많아야 1쇄에 5천 부 출판하는 현 출판시장에서는 힘든 일이다.

또한 판형의 최대 크기는 제본의 영향도 받는다. 자동으로 제본할 수 있는 접지기 및 제본기의 최대 크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국내 출판에서 많이 쓰는 판형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판형 (한국 기준):

국판 계열 판형

국배판 (210 × 297mm, A4, 국전지 8절): 대학교 전공서적(학술지), 수험서, 컴퓨터 IT 교재, 잡지 등에 많이 쓰인다. 도표나 이미지가 많이 들어가고, 한 페이지에 많은 양의 정보를 시원하게 담아야 할 때 적합하다. 다만 학술지의 경우 주요 독자들이 pdf 포맷으로 독서하는 현실에서, 국배판은 위 아래로, 또 좌우로 많은 마우스 드래그 등 조작이 필요하므로 46배판 사용을 권장한다.

신국판 (152 × 225mm, 국전지 16절): 국내 단행본(소설, 에세이, 경제경영서 등)에서 가장 표준적으로 쓰이는 크기다. 한 손에 적당히 잡히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아 휴대하기 좋다.

국판 (148 × 210mm, A5, 국전지 16절): 신국판보다 살짝 작고 아담한 크기로, 교과서나 가벼운 에세이, 시집 등에 자주 사용된다. 신국판과 비교할 때 15mm의 종이 손실이 있다.

46판 계열 판형

46배판 (188 × 257mm, B5 크기와 유사, 46전지로 16절): 대학교 전공서적(학술지), 수험서, 컴퓨터 IT 교재, 잡지 등에 많이 쓰인다. 도표나 이미지가 많이 들어가고, 한 페이지에 많은 양의 정보를 시원하게 담을 때 적합하다.

46판 (128 × 188mm, B6 크기와 유사, 46전지로 32절): 단행본. 옛 문고판의 대용으로도 사용.

2. 판면 (Text Block / Type Area)

판면은 책의 한 페이지 안에서 사방의 ‘여백’을 제외하고 실제로 글자와 그림이 얹혀지는(인쇄되는) 면적을 말한다.

판면은 독자의 가독성과 피로도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공간이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판면이 잘못 설계되면 읽기 힘든 책이 된다. 글자 크기, 줄 간격(행간), 자간 등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판면과 여백(Margins)의 관계:

페이지 전체 넓이에서 판면을 뺀 나머지 빈 공간이 바로 여백이다(위, 아래, 안쪽, 바깥쪽 여백). 여백이 너무 좁아 판면이 꽉 차 있으면 책이 답답해 보이고 독자가 압박감을 느낀다. 반대로 여백이 너무 넓으면 텍스트가 적어 보이고 빈약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디자인 디테일: 아래쪽 여백은 독자가 책을 손으로 쥐었을 때 엄지손가락이 글자를 가리지 않도록 윗쪽 여백보다는 넓게 조정한다. 책을 양쪽으로 펼쳤을 때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기 위해, 제본되는 쪽(책등, 안쪽) 여백보다 책을 넘기는 쪽(책배, 바깥쪽) 여백을 조금 더 여유롭게 잡지만, 이것은 실로 책등을 꿰메 제본하는 일명 양장제본의 경우이다. 양장제본에선 책을 펼쳤을 때 책의 좌우면이 완전히 펼쳐진다.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메기 제본(무사무선철)에선 책을 폈을 때 책등 쪽의 둥글게 말려 들어가면서 책이 펼쳐진다. 따라서 가독성을 위해서는 오히려 책등 쪽의 여백을 책배 쪽보다 넓게 잡는다.

요약하자면, 판형이 책이라는 ‘건물의 평수와 외관(외형)’을 정하는 것이라면, 판면은 그 건물 안의 ‘실내 공간 설계(인테리어)’를 통해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독자)이 얼마나 쾌적하게 머물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요소다.


참고문헌

열린책들 편집부,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열린책들, 2022)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출판 실무 및 기획 관련 자료 – 판형의 정의 및 역할 참고.
원유홍 외,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안그라픽스, 2004)
알베르트 카퍼(Albert Carper), 김수정, 『북디자인 101』 (정제소,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