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에서 주로 사용하는 종이들

한국 출판계에서 실무적으로 다루는 원지 규격과 종이결, 그리고 책의 물성과 가독성을 좌우하는 주요 지류의 특징입니다.

1. 종이의 크기 (원지 규격)

인쇄소에 입고되는 커다란 원지(전지)는 크게 두 가지 규격을 기본으로 사용하며, 이 전지를 어떻게 분할하느냐에 따라 책의 최종 판형이 결정됩니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전지는 국제규격인 A0, B0와는 달리 일본에서 유래한 규격인 4×6전지, 국전지가 쓰입니다.

  • 4×6전지 (1,091 × 788mm): 일본에서 유래한 규격으로 B계열 판형의 기준이 됩니다. 신국판(변형), 46판, 사륙배판(B5), 크라운판 등을 제작할 때 사용합니다.
  • 국전지 (939 × 636mm): 국제 표준 원지 규격(A열)에 맞춰 도입된 규격입니다. 국판(A5, 148×210), 국배판(A4, 210×297), 단행본 출판에 흔히 쓰이는 신국판(152×225) 등을 제작할 때 주로 사용하며, 신국판은 버려지는 종이(자투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규격화된 판형입니다.

2. 종이결 (Paper Grain)의 이해와 중요성

종이가 제지기에서 생산될 때 펄프 섬유가 흘러가는 방향에 따라 생기는 결을 말합니다. 제본 시 종이결은 반드시 책등(Spine)과 평행해야 합니다. 결이 맞지 않으면 책장이 뻣뻣하게 넘어가고, 습기를 머금었을 때 책이 뒤틀리거나 우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 종목 (T결 / Long Grain): 종이의 긴 변을 따라 결이 형성된 종이입니다. (예: 4×6 반절로 자를 때 긴 방향 결)
  • 횡목 (Y결 / Short Grain): 종이의 짧은 변을 따라 결이 형성된 종이입니다. 판형과 인쇄기의 물림 방향을 계산하여 적절한 결의 종이를 발주해야 합니다.

주요 판형별 종이결 선택 기준

  • 국배판 (A4, 210×297mm): 국전지 횡목(Y결) 사용 (국8절)
  • 신국판 (152×225mm): 국전지 종목(T결) 사용 (국16절) ※ 4×6전지를 사용할 경우 변형 절수 적용
  • 국판 (A5, 148×210mm): 국전지 종목(T결) 사용 (국16절)
  • 46배판 (B5, 188×257mm): 4×6전지 종목(T결) 사용 (16절)
  • 46판 (B6, 127×188mm): 4×6전지 횡목(Y결) 사용 (32절)

3. 출판에 주로 사용하는 종이의 종류와 특징

원고의 성격, 예상 독자층, 이미지의 비중을 고려하여 적합한 지질과 두께(평량)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① 본문용 종이 (텍스트 위주)

  • 모조지 (백색 / 미색):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쓰이는 비도공지(Uncoated paper)입니다. 특히 미색 모조지는 약간의 노란빛을 띠어 빛 반사가 적으므로, 장시간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단행본 본문용으로 눈의 피로를 덜어줍니다.
  • 하이벌크지 (그린라이트 등): 일반 모조지보다 공극(종이 사이의 틈)을 넓혀 가볍게 만든 종이입니다. 두께감(벌키성)을 유지하면서도 책의 전체 무게를 줄일 수 있어 페이지 수가 많은 단행본에 주로 활용됩니다.

② 표지 및 화보용 종이 (이미지 위주)

  • 스노우지 & 아트지: 표면에 안료를 발라 매끄럽게 가공한 도공지(Coated paper)입니다. 아트지는 광택이 있어 색상이 화려하고 선명하게 표현되며, 스노우지는 무광 처리되어 광택이 덜하고 차분한 느낌을 줍니다.
  • 러프글로스지 (랑데부, 아르떼, 몽블랑 등): 비도공지의 자연스럽고 거친 질감(Rough)을 유지하면서도, 잉크가 묻는 인쇄면에는 은은한 광택(Gloss)이 살아나 발색이 매우 뛰어납니다. 도판이 중요한 아트북, 에세이, 고급 단행본의 표지나 내지로 널리 쓰입니다. 한솔제지는 몽블랑지의 이름을 M-러프로 바꿨습니다.

참고문헌

  1. 김진수, 《책 만들기 책: 기획부터 편집, 인쇄, 제본까지》, 바다출판사, 2011.
  2. 한국출판인회의, 《출판 제작 실무 매뉴얼》, 2019.
  3. 박경배, 《인쇄·제작 실무 (출판인을 위한)》, 투데이북스, 2015.
  4. 얀 치홀트, 《책의 형태: 글꼴과 책 디자인에 관한 비평적 고찰》, 안진수 역, 안그라픽스, 2006. (종이의 비례와 결에 관한 이론적 접근 참고)